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저항과 정의, 정의는 누가 정의하는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The Trial of the Chicago 7, 2020)은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일곱 명의 피고인들이 미국 정부에 의해 기소되고 재판받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국가의 법과 개인의 신념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의'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정치적인지를 날카롭게 조명한다.


1. 법은 곧 정의인가, 아니면 권력의 도구인가?

영화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질문은 '법'이 과연 항상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냐는 것이다. 시위자들은 베트남 전쟁 반대, 인종차별 철폐,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을 내세워 거리로 나섰지만, 정부는 이들을 반란죄로 기소한다. 판사 줄리어스 호프먼은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태도를 보이며 피고인들의 발언을 차단하고, 특히 흑인 운동가 바비 실을 변호인 없이 재판에 세우고 입마개를 채우는 장면은 법이 오히려 권력의 폭력으로 작동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상황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권력론과 깊이 맞닿아 있다. 푸코는 법과 제도가 진리나 정의를 보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보았다. 영화 속 재판은 공정한 진실을 가리는 공간이 아니라, 정부가 반체제 인사를 처벌하고자 법을 도구화한 사례에 가깝다. 이는 '법이 곧 정의'라는 믿음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만든다. 또한 플라톤(Plato)의 ‘국가론’에서 말하는 ‘철인 정치’와도 대비된다. 플라톤은 이성적이고 정의로운 자가 통치해야 정의가 실현된다고 주장했지만, 영화는 감정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보여준다. 법이 형식적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그 법이 곧바로 정의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핵심이다.


2. 저항은 범죄인가, 표현의 자유인가?

시카고 7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시위에 접근했지만, 모두 ‘저항’이라는 행위를 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이 체제를 전복하려는 폭력인가, 아니면 정당한 비판과 표현인가에 대한 판단은 명확하지 않다. 특히 애비 호프먼과 제리 루빈처럼 자유분방하고 도발적인 방식의 저항은 법정에서 우스꽝스럽고 무책임한 행위로 폄하된다. 반면, 톰 헤이든은 제도 안에서 변화를 꾀하려는 점잖은 접근을 시도한다. 이러한 대비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 Thoreau)의 <시민의 불복종> 개념과 연관된다. 소로는 부당한 법에 대한 도전이야말로 도덕적 책임이라고 보았으며, 양심에 따른 저항은 시민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공통적으로 국가의 잘못된 방향에 대해 ‘양심에 따른 저항’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체제는 이들을 반란자, 파괴자로 낙인찍는다. 이는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공론장 이론과도 연결된다. 하버마스는 건강한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표현을 통해 유지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영화 속 미국은 그런 공론장을 허용하지 않고, 오히려 억압하고 통제하려 한다. 저항은 범죄로 간주되고, 표현의 자유는 법정에서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항은 범죄인가? 아니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필연적인 충돌인가? 영화는 이 질문을 통해 시민의 권리와 국가 권력의 경계를 재고하게 만든다.


3.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던지는 정의의 의미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정의가 단순히 법이나 권력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투쟁과 질문 속에서 형성되어야 하는 개념임을 강조한다. 영화 속 재판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라기보다, 체제가 반대 목소리를 제거하고자 하는 절차적 포장에 가깝다. 주인공들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저항했지만, 모두가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었다. 이들의 투쟁은 단순한 정치적 시위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에 대한 근본적 외침이다. 결국 영화는, 정의는 단지 법의 조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권력과 맞서며 삶 속에서 실천되고 재정의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결국,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우리에게 묻는다. 정의란 누구의 언어로 말해지는가? 법과 정의는 언제 일치하지 않는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 저항해야 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 영화는 이 물음을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